글러 3일-오후 3시
https://youtu.be/fVZ8vtCKvGE?si=nk0k9LPkMaZy5_h1
넘실거리는 몸이 물에 반쯤 잠기고 힘을 놓았다. 물은 수면이 잘라낸 부분을 간지럽혔다. 반지하임에도 제법 큰 창으로 비스듬히 햇살이 드리웠다. 소녀는 그대로 둥둥 떠다녔다.
복잡한 머리가 무거워도 물의 부력을 이기진 못했다. 그것이 잘됐다고 생각했다. 가라앉지 않아 안심한 채로 소녀는 제 배 위로 드리운 햇살을 손에 쥐어보았다. 노랗고 눈부시고, 따뜻하다. 마치 그 머리칼처럼. 소녀는 손을 으스러질듯 꾸욱 쥐었다.
여명으로 밝아지고 있는 새벽이었다. 창밖과 같이. 방안은 옅은 물색으로 가득했다. 이상하게 눈을 빨리 떴다. 새근거리는 숨소리들을 먼저 듣고 소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룸메이트들이 자고있는 것을 보니 늦게 일어난 건 아니었다. 아침 훈련을 빼먹었다 코치에게 잔소리 들을 일은 없다는 소리였다.
좀 있음 훈련 갈 시간인가. 곧 떠올리고 소녀는 이불을 머리맡까지 끌어올렸다. 그렇게 가고 싶어서 안달이었던 수영인데, 이젠 잘 모르겠다. 벽면 가득한 물빛마저 수영장 같아서 보글보글 숨이 막히는 느낌이었다. 그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우리 근육이."
소녀를 부르는 별명이었다. 익숙한 목소리에, 익숙한 호칭. 그런데 이질감만 느껴졌다. 소녀는 제 뒤통수에 대고 잔잔히 고하는 목소리를 숨죽여 들었다.
"아직도 선수가 하고 싶니?"
목소리는 잠을 자는 친구에게 계속해서 말했다. 파랑이 일어서 물거품으로 사라지고 마는 그런 힘을 가진 목소리가 보글보글 말했다. 잠들어라. 차라리 잠들어라. 소녀는 무시하고 싶었지만 속절없이 그것은 물처럼 흘러 들어왔다.
"사실 나는 잘 모르겠더라."
어깨를 붙든 손에 힘이 너무 들어가서 떨림이 느껴졌다. 몸살이 난듯 몸을 떨다가 소녀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인기척이 사라졌다. 그러니 공포감도 가시고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보니. 내가 지금 왜 무서워하고 있지?
"잠시만…!"
덜컹 문 닫히는 소리가 났다. 그 대화는 새벽녘의 꿈이었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친구의 침대 위에는 정리하지 않아 어질러진 이불이 있었다. 소녀는 결국 그토록 빠지고 싶었던 아침 훈련에 참석했지만, 친구는 보이지 않았다.
답답하고 토가 나올 것만 같았다.
너는 똑똑하잖아.
바보 같은 나를 왜 경계해?
꼴도 보기 싫었다가도 정작 피하면 초조하다.